배가 아프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계속 아프다. 약국은 몇십분 걸어가야 있는 시내에 있다. 병원은 버스를 타고 두시간을 가야 한다. 당장 응급조치로 어머니는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온 비법을 썼다.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문질러 준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다. 아플 땐 병원에 가는 게 당연하지만 혜택을 못 누리고 사는 사람도 있다. 태국에는 한국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병원이 멀어서, 병원비가 비싸서 그렇다. 이들을 위해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달 초 열린 아시아사회적기업가대회(ASES) 2012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파티파트 스슴포 오픈드림 대표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스슴포 대표는 2009년부터 웹사이트 컨설팅 사업을 하다가 방향을 틀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 3월 출시한 `닥터미`는 몸이 아플 때 자가 진단법과 응급처치 요령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여기에 접속해 부위별, 증상별로 터치를 하다보면 해결 방법이 나온다. 이걸 친구들과 공유하거나 링크를 걸어 게시할 수 있다.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 예약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다운로드 수는 30만건. “다운로드 수가 아직 많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 정부로부터 2만달러를 투자 받았다. 스슴포 대표가 자랑한 또 한가지 앱은 `러브낫옛(Love Not Yet)`이라는 피임 정보 서비스다. “태국에서는 11살 짜리 소녀가 아이를 낳는 등 10대 출산율이 사회 문제다”며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이 많이 나와 많은 아이들이 피임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약 먹는 시간을 알려주는 알람 기능, 심박수나 피부색 등을 인식해 몸 상태를 측정하는 앱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정부 공공의료는 싸지만 병원이 많지 않고 사병원은 비싼 데다가 병원까지 가는 데 교통이 좋지 않아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며 “우리는 마른 땅에 비를 뿌려줄 수는 없지만 어떻게 물을 주는 지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인도 등에 있는 개발자들과 협력해 일을 한다”며 “한국의 우수한 개발자와도 교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원본출처: 전자신문 오은지기자 onz@etnews.com